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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호박꽃 수꽃만 피는 이유


텃밭을 가꾸다 보면 매일매일 작은 기쁨과 새로운 궁금증이 생깁니다.
특히 여름철 호박을 키워본 분들이라면 아마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하셨을 거예요. 바로 “호박꽃이 계속 피기는 하는데, 왜 수꽃만 피지? 암꽃은 언제 나오지?”라는 의문입니다.
저도 처음 호박을 심었을 때는 노랗게 예쁜 꽃이 연이어 피길래 곧 호박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전부 수꽃이더라고요. 오늘은 호박꽃에서 수꽃만 피는 이유와 암꽃이 늦게 나오는 까닭, 그리고 암꽃을 잘 나오게 하는 방법까지 정리해드릴게요.


1. 호박꽃, 수꽃과 암꽃의 차이

호박은 대표적인 단가화(單家花) 식물이에요. 즉, 한 포기에서 수꽃과 암꽃이 따로 피는 구조입니다.

수꽃 : 줄기에서 바로 꽃자루가 올라오고, 꽃 밑에 둥근 열매 모양이 없어요. 꽃가루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암꽃 : 꽃 바로 밑에 조그마한 호박 모양의 작은 열매(씨방)가 붙어 있어요. 이 암꽃이 수정되면 우리가 먹는 호박 열매가 됩니다.


처음에는 꽃만 보면 구분이 잘 안 되는데 몇 번 자세히 보면 수꽃과 암꽃 차이가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2. 수꽃만 먼저 피는 이유

호박을 키우다 보면 대부분 수꽃이 먼저 피고 암꽃은 한참 뒤에 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식물의 전략

식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암꽃이 많이 피고 열매를 맺어버리면 뿌리와 줄기가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영양분을 뺏기게 됩니다. 그러면 식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겠죠.
그래서 호박은 초기에 수꽃만 피워서 꽃가루를 준비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 포기가 튼튼해졌을 때 암꽃을 내보내 열매를 맺게 합니다.

(2) 환경적 요인

호박꽃의 개화 시기와 꽃의 성비는 온도, 일조량, 영양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온도가 낮거나 햇빛이 부족하면 수꽃 위주로만 피고 암꽃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질소 비료를 과하게 주면 줄기와 잎만 무성하게 자라고 암꽃 발달이 늦어집니다.

반대로 칼륨, 인산 비료가 충분해야 암꽃이 잘 형성돼요.


즉, 환경이 불리하면 식물은 열매보다는 생존을 우선시해 수꽃만 내보내는 것이죠.



3. 암꽃이 잘 나오게 하려면?

호박꽃에서 암꽃을 빨리 보고 싶다면 몇 가지 관리법을 신경 써야 합니다.

1. 햇빛 확보
호박은 햇볕을 정말 좋아합니다. 최소 하루 6시간 이상 직사광선을 받아야 암꽃이 잘 맺혀요. 그늘진 곳에서는 수꽃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2. 비료 조절
초기에 밑거름으로 퇴비와 인산, 칼륨 비료를 충분히 주고, 질소 비료는 적당히만 줘야 합니다. 질소가 너무 많으면 잎만 무성하고 꽃은 수꽃 위주로 피어요.


3. 덩굴 정리
호박은 덩굴이 무성하게 뻗어가는데 옆순을 정리해주면 영양분이 분산되지 않고 암꽃 발달이 빨라집니다. 특히 포기 근처의 곁순은 적당히 따주는 게 좋아요.


4. 적절한 물 주기
건조하면 암꽃이 잘 안 나오고 반대로 너무 습해도 병이 생깁니다.
겉흙이 마르면 충분히 주되 배수가 잘되는 토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암꽃이 피기 시작하면

수꽃만 보이다가 어느 날 작은 호박 모양을 단 암꽃이 보이면 정말 반갑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에 잘 옮겨져야만 호박 열매가 맺히기 때문입니다. 벌과 나비가 많이 오는 환경이라면 자연수정이 잘 이루어지지만, 도심 텃밭이나 옥상에서는 곤충이 부족할 수 있어요. 이럴 땐 직접 붓이나 면봉으로 수꽃 꽃가루를 따서 암꽃에 묻혀주는 인공수정을 해주면 훨씬 높은 확률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저의 블로그 포스팅 중 호박꽃 인공수정을 참고해주세요^^



정리하자면, 호박꽃에서 수꽃만 피는 것은 식물이 생존과 성장을 우선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처음에는 수꽃만 피워 힘을 기르고 어느 정도 뿌리와 줄기가 튼튼해진 후에야 암꽃을 내어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는 것이죠. 만약 수꽃만 계속 나온다면 햇빛, 비료, 물 관리 등 환경을 한 번 점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텃밭에서 호박을 키우면서 수꽃만 보던 시절에는 조급했는데 알고 보니 그 시간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열매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말고 차분히 기다리면서, 동시에 환경을 잘 맞춰주면 곧 예쁜 암꽃과 탐스러운 호박 열매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