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내 텃밭을 다녀왔다. 요즘 날씨가 선선해져서 그런지 손에 흙 묻히고 흙냄새 맡는 게 괜히 더 기분 좋았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막상 가보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심어두었던 배추가 어느새 사람 키 가까이 자라 있었던 것이다. “이게 내가 심은 그 배추가 맞나?” 싶을 정도로 푸릇푸릇하고 듬직하게 자라 있었다.

그런데 반가움도 잠시, 가까이 다가가서 잎을 살펴보니 이게 웬걸. 이파리 군데군데가 구멍투성이였다. 누가 밤새 몰래 와서 뜯어먹은 걸까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잎 뒷면에 조그맣고 초록빛 나는 벌레들이 붙어 있었다. 바로 배추벌레였다. 그 순간, 지난여름 내내 고생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아, 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왔다.

배추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 알 거다. 배추는 정말 벌레들이 좋아하는 작물 중 하나다. 특히 잎이 부드럽고 넓어서 갓 부화한 애벌레들이 숨기에도 좋고 먹기도 쉬운 환경이다. 내가 방심한 사이, 그 녀석들이 잎을 갉아먹으며 잔치를 벌였던 거다.
처음엔 그냥 손으로 잡아주면 되겠지 싶었다. 그래서 몇 마리를 손으로 털어내고, 물을 세게 뿌려서 씻어냈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가보니 또다시 잎사귀가 군데군데 상해 있었다. 벌레는 생각보다 끈질기고, 한 번 자리 잡으면 쉽게 없어지질 않는다. 이쯤 되면 방제를 해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유기농 텃밭을 지향하다 보니, 아무 약이나 뿌리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나는 우선 친환경 방제 방법부터 찾아봤다. 마늘이나 고추를 갈아서 물에 희석한 후 스프레이로 뿌리면 벌레가 좀 덜 붙는다는 말이 많더라. 또 식초를 아주 약하게 희석해서 분무해도 해충이 싫어한다고 한다. 실제로 몇 번 그렇게 해봤는데, 냄새 때문인지 확실히 벌레가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엔 피해가 좀 심각해서, 천연재료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 텃밭을 같이 하는 이웃분께 여쭤봤더니, 그분은 BT균(바실러스 투링기엔시스)이 들어간 친환경 농약을 사용한다고 하셨다. 이건 해충의 소화기관에만 작용하는 미생물이라 사람이나 식물에는 무해하다고 하더라. 듣고 나니 안심이 돼서 나도 이번 주말에 한 번 써보려고 한다.
그래도 약을 쓰기 전에는 꼭 날씨를 확인해야 한다. 비 오는 날이나 햇빛이 너무 강한 날에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또 한 번 뿌리고 끝내는 게 아니라, 53회 정도 꾸준히 뿌려줘야 벌레 알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배추 잎을 살짝 젖혀보면 숨어 있는 애벌레가 의외로 많다. 특히 겉잎보다는 안쪽 잎, 줄기 근처가 문제다. 그래서 나는 요즘 텃밭 갈 때마다 잎 하나하나를 꼼꼼히 들춰본다. 벌레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내 손으로 돌본 배추가 다시 깨끗해지는 걸 보면 마음이 놓인다.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배추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겨울이 다가올 때, 직접 키운 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그 순간의 뿌듯함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도 그만큼 보람이 크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배추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해충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 주에는 배추 주변에 부추나 상추, 혹은 허브류를 함께 심어볼 생각이다. 이런 작물들은 특유의 향 때문에 해충이 접근하지 못하게 도와준다고 하더라. 마치 자연이 만들어준 천연 방충막 같은 역할이다.
올해는 벌레 피해가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배추의 줄기가 튼튼하고 잎도 계속 자라고 있어서 다행이다. 벌레 먹은 자국도 어찌 보면 자연의 흔적 같아서 밉지만은 않다.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자라서 맛있는 김장 배추로 거듭나길 바라며, 오늘도 흙냄새 가득한 텃밭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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